
언제부턴가 안방 화장실 메인 조명이 깜빡깜빡 하기 시작합니다.

조명 커버를 아래로 잡아당긴 후 확인해봅니다. 커버 안쪽으로 드러난 부분이 이미 심상치가 않습니다.

수십개의 LED 중 일부가 불이 안들어오고 있습니다. 불빛이 들어오다 말다를 반복하니,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하거나 깜빡이거나 하는 거네요.

입주한지 10년이 다되어가니 수명이 다해서 그런가보다 싶을수도 있지만, 안쪽에 슬어있는 녹을 보면 다른 원인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조명 근처에 물방울들이 맺혀 있는걸 종종 봤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심각하진 않고 항상 맺히는게 아니라, 귀찮기도 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요.
이젠 조명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 된 만큼 그냥 넘어갈 순 없는 상황.
교체가 가능한지 찾아봅니다만, 규격이 맞는게 없네요.
https://blog.naver.com/fixnrepair/224239856455
별내 리슈빌 욕실 매립등 커버 교체, 맞는 규격 없을 때 해결법!
💡 남양주 별내 리슈빌 아파트 욕실 매립등 규격 문제로 교체를 고민 중이신가요? 기성 제품이 맞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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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을 해보니, 저런식의 매립등은 건물 지을 때 커스터마이징 된 사이즈의 제품을 납품받아 설치한 것이라 기성품들 중 맞는거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같은 사이즈의 제품을 혹시나 구할 순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리고 누수가 상당히 의심되는 바, 아파트 관리실에 도움을 청해봅니다. 평일이라 와이프만 집에 있을 때 관리소에서 방문해 주셨는데, 누수 흔적은 전혀 없고, 결로 때문이라고 하네요.
'잉??? 저렇게 녹이 많이 슬었는데 누수가 아닌 결로 때문이라고?' 싶어 확인해 봤더니,
전등 커버를 아래로 잡아당긴 후 저 처참한 모습을 본 게 아니라, 전등 바로 앞쪽 천장을 열고 확인한거라고 합니다. 문제 발생 시 천장 위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열기 쉬운 천장 뚜껑같은게 마련되어 있는데, 그곳을 열고 본거라네요.
사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싶었습니다. 누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흐른 흔적'을 남긴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일텐데, 흔적이 없으니 누수가 아니다?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거거든요.
어찌되었건, 전등은 일단 교체를 해야하므로, 근처 업체에 SOS 합니다. 방문하시기 전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바로 '누수일텐데요?' 라고 하시네요 ㅎㅎ


방문하신 업체 사장님이 현장을 직접 보시고, 100% 누수 맞다고 확인 사살 해주셨구요.

어마어마하죠? 집중적으로 물방울이 떨어진 흔적. 결로라면 아마도 전체적으로 녹이 피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윗집에서 물을 흘려보내며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 윗집 스케쥴 상 다음날 작업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
이튿날.
업체와의 약속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조금 전. 누군가 띵동~ 하고 벨을 누릅니다.
업체 사장님인줄 알았는데 관리사무소네요? (왜 왔는지 모름 - 부른 적 없음 - 윗집에서 혹시 몰라 관리사무소에 연락한 듯?)
와서 하시는 말씀이, "여기 지난주에 왔던데 아닌가요?" 랍니다.
"맞아요. 그때 누수 아니라 하셨다고 들었는데, 업체 불러 확인해보니 누수 맞다는데요?" 라고 하자,
"누수라구요? 에이, 거기 진짜 돌팔이네~ 흐른 흔적이 없는데 무슨 누수에요? 순 사기꾼이야" 랍니다.
미리 떼어둔 녹이 가득한 전등을 보여주며,
"이건 뭔가요? 이런 식으로 녹이 핀건 물이 여기에만 집중적으로 떨어졌다는거 아니에요?" 라고 묻자,
"결로가 생겨도 가장 낮은곳으로 모인 후 한곳에만 떨어질 수 있어요. 더군다나 저희가 저번에 살펴봤는데 흐른 자국이 전혀 없었지 않습니까?"
"누수라는게 어딘가를 타고 흘러내려서 항상 흔적을 꼭 남기나요? 안흘러내리고 바로 떨어질 수도 있는거잖아요? 흔적 없다고 어떻게 누수 아니라고 확신하시죠?" 라고 따졌더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아님, 말이 안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윗집이랑 잘 얘기하시고 누수 맞으면 잘 수리하시라'며 자릴 뜨더군요.

관리사무소에서 본 모습은 이정도 각도에서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언뜻 봐도 크게 샌 흔적이나 젖어있는 부분 안보이긴 합니다.
그럼 반대편은 어떨까요?

뭔가 물이 꽤 오래 머물렀던 흔적이 보이지요?
특히 PPI 라고 적힌 커버의 모서리 부분요. 하필 회색이라 크게 티는 안나지만 긁어내면 깨끗해질 것 같은 이물감이 보입니다. 뭔가 꽤 오랫동안 맺혔던 흔적 같습니다.

조명을 떼어낸 구멍 아래쪽에서 올려다본 모습입니다. 녹이 심하게 슬었던 위치와 윗집에서 내려오는 저 하얀 파이프 끝의 위치가 상당히 일치합니다.

저 틈으로 물이 샜던지, 아니면, 위쪽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저기에 집중적으로 맻혀있었던 것이든 둘 중 하나 같아 보이네요.
윗집과 얘기를 나눈 후 내려오신 업체 사장님이 윗집과 통화를 하며,
'세면대 물 내려보내주세요'
'바닥 물 내려보내주세요'
'샤워부스 물 내려보내주세요' 이렇게 2~3번 반복하니, 어느 순간 천장 깊은곳에서 물이 스르륵 흘러 내려옵니다.

범인은 화장실 바닥 쪽 배수구였습니다. 처음 흘려보낼 땐 이상 없었는데, 두 번째 흘려보낼 때 쯤 새기 시작하네요.

안방 화장실은 주로 세면대와 샤워부스에서 물을 많이 사용할겁니다. 화장실 바닥 배수구로 물을 흘려보내는 경우는 드물거구요. 바닥 청소를 하거나 손빨래를 하는 경우 정도가 되어야 물을 흘려보내겠죠. 그렇기에, 물이 항상 맺혀있진 않았던 것일테고, 수 년에 걸쳐 이따금씩 흘러내리는 물방울들이 조금씩 조명을 망가뜨려왔던거고, 그게 이제서야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물이 새는게 확인 되었으니, 관련 수리는 윗집에서 알아서 해주시기로 하였고, 저희는 시공 잘 받고 지금은 아주 밝은 새 전등빛 아래에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교훈 :
자신있어하는 상대의 태도에 무조건적 순응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 얘기가 말이 되는지 능력이 닿는 선에서 스스로 검토해보는 것 외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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