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指摘)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혼내기 위해 하는 지적이고, 다른 하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하는 지적입니다. 전자는 주로 “나쁜 의도나 나쁜 결과”가 있었을 때 이뤄지고, 후자는 주로 “그릇된 행동”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렇다면 ‘그릇된 행동’과 ‘나쁜 의도/결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먼저, 그릇된 행동이 반드시 나쁜 의도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그릇된 행동이 언제나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의도도 괜찮았고, 결과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행동 방식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나쁜 의도/결과”와 “그릇된 행동”이라는 두 종류의 잘못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상황을 떠올려봅시다. 누군가가 “안 좋은 결과도 없었고, 애초에 나쁜 의도를 가진 것도 아닌데 왜 지적받아야 하느냐?”며 억울해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잘못’이란 오직 나쁜 의도나 나쁜 결과를 냈을 때만 해당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나쁜 의도나 결과가 없는 한, 자신이 지적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믿습니다.
이처럼 “지적은 곧 혼내는 행위”라는 관점이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혼나야 할 상황”이라는 조건(나쁜 의도나 결과)이 없으면 지적을 당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릇된 행동 또한 지적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의도가 아무리 선했어도, 결과가 나쁘게 드러나지 않았어도, 행동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지적의 목적입니다. 단순히 혼을 내고 책임을 묻기 위한 지적이라면 이미 벌어진 과거의 잘못을 추궁하는 데 그칩니다. 반면, 그릇된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미래에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돕기 위한 것입니다. 즉, 오래 보았을 때는 ‘개선을 위한 지적’이 훨씬 더 큰 가치와 의미를 가집니다.
‘나쁜 의도’는 대체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나쁜 결과’도 눈에 띄기 때문에, 협조적인 태도만 있다면 굳이 남이 지적해주지 않아도 본인이 파악하기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했던 ‘그릇된 행동’은 결과조차 드러나지 않는다면, 당사자 스스로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 행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이렇게 고쳐보면 좋겠다”는 식의 지적이야말로 정말로 도움이 되는 조언일 수 있습니다.
결국, ‘혼내기 위한 지적’과 ‘개선을 위한 지적’은 목적과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전자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비난과 책임 추궁의 성격이 강하고, 후자는 앞으로의 행동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어느 쪽이 더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지 생각해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답은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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