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약 타러 가는 날입니다.
혈압약은 꽤 오래 먹고 있고, 고지혈증 약은 2023년 1월부터 먹기 시작했으니 이것도 벌써 3년 반이 넘었네요.
건강검진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174mg/dL 나오는 바람에 꼼짝없이 리바젯정 10/10을 먹게 되었다는 내용인데요. 그 뒤로는 딱히 쓸 말이 없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병원 가서 같은 처방을 받아오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달은 처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유가 있는데요.
요즘 헬스장에서 개인 PT를 받고 있습니다. 거의 1년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요. 40 중반의 나이에 좀 새삼스럽긴 합니다만, 더 늦기 전에 몸 근육 사용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게 낫겠다 싶어 돈을 좀 들여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스쿼트입니다. 어깨 위, 그러니까 승모근 쪽에 봉을 얹고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인데요. 앉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일어나는 순간에 핑 돕니다. 눈앞이 하얗게 되어 주저앉을 정도는 아니고, 거실 바닥에 옆으로 누워 한참 TV를 보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핑 하며 도는 그런 비슷한 느낌이네요.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반복되니까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무게가 무거워서 그런 것도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무게를 짊어졌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아마 힘을 쓰는 동안 숨을 참게 되고, 일어서면서 그게 한 번에 풀리는 구간이 있는데 여기서 혈압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기에 혈압을 낮추는 약이 얹혀 있으니 남들보다 더 떨어졌던 것 아닐까 하고요. 어디까지나 제 짐작입니다.
그래서 약 받으러 간 김에 이 얘기를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혈압을 재보시더니, 병원 도착하자마자 측정하는 건데도 수치가 아주 좋게 유지되는걸 보면 줄여봐도 될 것 같다 하시네요.

바르디핀정 10/160mg → 바르디핀정 5/160mg.

바르디핀정은 성분 두 가지가 합쳐진 복합제인데요. 앞자리가 칼슘채널길항제, 뒷자리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입니다. 줄어든 건 앞자리 쪽으로, 10mg에서 5mg으로 절반이 되었고 뒤의 160mg은 그대로입니다.
칼슘채널길항제. 이름이 길어서 그렇지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혈관은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근육이 수축하려면 칼슘이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칼슘채널길항제는 그 통로를 막습니다. 근육이 힘을 못 주니 혈관이 느슨하게 벌어지고, 같은 양의 피가 더 넓은 길로 흐르게 되니 압력이 내려가는 식입니다.
뒤쪽의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 방식이 다른데요. 안지오텐신 II라는 호르몬이 있습니다. 혈관을 조이고 몸에 물과 염분을 붙잡아두게 만드는, 말하자면 혈압을 올리라는 "명령서"인 셈입니다. 이 명령서가 달라붙는 자리를 약이 미리 차지해서 명령이 전달되지 않게 만드는 게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입니다. 하나는 혈관을 직접 벌려놓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조이라는 명령을 중간에서 끊는 쪽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 줄인 게 혈관을 직접 벌려놓는 쪽입니다. 갑자기 일어설 때는 몸이 재빨리 혈관을 조여서 혈압을 붙잡아줘야 하는데, 그 혈관이 이미 느슨하게 벌어져 있었으니 대응이 한 박자 늦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도 제 짐작입니다만, 하필 앞자리를 줄인 이유로는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고지혈증 약인 리바젯정 10/10mg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둘 다 하루 한 알, 30일치.
고지혈증 약인 리바젯정 10/10mg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둘 다 하루 한 알, 30일치.
사실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 용량이 줄어드는 건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늘 같은 처방전을 복사한 것 같은 종이를 받아 나왔거든요. 물론 몸이 좋아져서 줄인 게 아니라 증상 때문에 조정한 것이니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만.
다음 달 약 타러 갈 때가 되면 답이 나오겠지요. 어지럼증이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짐작이 맞았던 거고, 대신 혈압이 올라가 있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테고요. 어느 쪽이든 한 달 뒤에 이어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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