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더 친절하게 쓰지 않은 것이 잘못인가?
https://www.threads.com/@dwnc.life/post/DaE6CHsGdF_?xmt=AQG0wFEiXbnjQyvBW1Yw734kXHhM4t3i16u641pRNAApbA Threads의 대왕날치(@dwnc.life)님 www.threads.com 위의 Threads 글은, 사다리꼴 넓이 공식에 대해 올린 짧은 질문에 대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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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에서도 다뤘던 sns 속 글과 그 글에 달렸던 댓글을 보며 느꼈던 점을 기록해본다.
사다리꼴 넓이 공식 유도 과정이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돌아온 건 내 인성과 가치관을 심판하는 날선 훈계(?)였다. 분명히 내가 쓰지 않은 말인데, 상대방은 이미 자기 머릿속에서 나를 '진상 학부모'로 모델링해놓고 공격을 퍼붓는다. 어떤 식의 왜곡을 통해 어떤 황당한 왜곡을 만들어내는지 그 내면을 낱낱히 파헤쳐 보았다.
원글의 요지는 단순했다. 아이가 사다리꼴 넓이 공식에서 왜 윗변과 아랫변을 더하는지 물었는데, 선생님에게서 "그냥 약속"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궁금했다. 정말 학교에서 그 원리를 안 가르치나?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가 공식을 모른다"가 아니다. 의심의 출발점은 "선생님이 약속이라고 답했다는 아이의 진술"이었다.

하지만 어떤 댓글들은 이 질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위 스크린샷 속 댓글의 경우, 예시로 매우 좋은 것 같아, 그 특징을 두 가지 요소로 분해해 보았다.
1. 정보의 빈 틈을 이용한 가치관 우회 공격
첫째, 원글에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선생님에게 물었는지 나와 있지 않다. 물어볼 만한 상황에서 물었는데 "그냥 약속"이라는 답을 들었다면, "혹시 학교에서 원리 설명을 안 하나?"라는 의문은 충분히 가능하다.
반대로 수업 흐름을 끊고, 배운 지 1년 지난 내용을 뜬금없이 물은 상황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설명을 못 들은 이유가 "안 배워서"가 아니라 "지금 답할 상황이 아니어서"였을 수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반박은 "어떤 상황에서 물어본건가?" 정도여야 맞다.
하지만 댓글러는 그렇게 가지 않았다. 여기서 가능한 공격 방식은 두 가지가 있었다.
우선, "물어볼 상황도 아닌데 답 못받았다고 안가르쳐준다고 의심하냐?"라고 공격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위험부담이 크다. 원글에 정황 설명이 전혀 없으니, 대놓고 없는 상황을 단정했다가는 거짓말인 게 바로 들통난다.
그래서 댓글은 더 안전한 방식을 고른다.
"님 설마, 5학년 때 배운 내용을 6학년 수업 중에 물어도 선생님이 수업을 멈추고 한 명을 위해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임?" 라고 따지는 것이다.
이건 구조가 다르다. 질문 당시 상황을 직접적으로 날조(멋대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원글 작성자의 가치관을 공격한다.
즉, 이런 식이다.
"네가 '학교에서 안 배우나?'라고 의심할 수는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 의심이 성립하려면, 너는 어떤 상황에서 질문해도 선생님이 성실히 답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이게 참 교묘한 부분이다.
사실을 명백히 날조(단정)하여 질문 자체가 부적절했다고 공격하는 대신, 그 질문이 적절했던건 "작성자가 무개념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논리를 펴는 것이다. 그러면 대놓고 소설을 썼다(날조)는 비판은 피하면서, 상대를 순식간에 진상 학부모로 만드는 효과까지 얻는다. 진상 학부모가 던진 질문(학교에서 안배우나요?)이 자동적으로 헛소리가 되어버리는 건 덤이다.
2. 적용이 불가능한 전제를 씌우는 논리적 비약
"5학년 때 배운 걸 6학년 때 물어보면 답해줘야 하냐"며 가치관을 심판하려는 시도는 논리적으로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원글 작성자가 실제로 '과거에 배운 내용이라도 수업을 멈추고 질문하는 게 정당하다'는 이기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다 한들 그 가치관을 이번 원글에 적용할 수는 없다. 원글 작성자는 애초에 이 공식이 학교에서 배우는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은 두 가지 가능성으로 갈린다. 이미 배웠던 것을 1년이 지나서 부적절한 타이밍에 물어본 상황일 수도 있고, 아직 배우지 않았거나 교과 과정에는 없는 영역을 아이가 지적 호기심에 물어본 정당한 상황일 수도 있다. 원글의 정보만으로는 이 중 어느 상황인지 특정이 불가능하다. 상황 자체가 특정되지 않았는데, 다짜고짜 "그 상황에서 그러한 질문을 하였으나, 당신의 가치관이 이것이냐?"고 공격하는 것은 과녁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활을 쏘았으니 과녁에 맞지 않았겠느냐고 우기는 꼴이다. 댓글러는 존재하지 않는 연결고리를 강제로 만들어 비난을 조작했다.
생산성 없는 분노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마이너스
세상의 어떤 싸움은 서로의 실제 이익이나 권리가 부딪쳐서 일어난다. 각자 지켜야 할 입장이 다르고 양보할 수 없는 현실적 조건이 다르면 충돌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적 자원의 배분이나 권익 조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섭리다.
하지만 이 댓글처럼 비뚤어진 사고방식과 인지적 게으름이 만들어내는 갈등은 본질이 전혀 다르다. 상대가 실제로 한 말을 보는 게 아니라, 자기가 공격하기 좋은 형태로 재구성한 '가상의 상대'를 머릿속에서 만들어 놓고 분노를 쏟아붓는 행위다.
비어 있는 정보를 가장 악의적인 방향으로 채우고, 그렇게 만들어낸 가상의 상대를 향해 혼자 분노하고, 그 분노를 정의로운 반박처럼 포장하는 것. 여기에는 어떠한 생산성도, 합리적인 권리 구제도 없다. 오직 자신의 불쾌감을 정의로 포장해 배설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타인을 해치고, 공동체의 신뢰를 갉아먹을 뿐이다.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싸움이 아니라, 타인을 파괴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인지 왜곡. 이는 사회적으로 어떠한 가치도 생산하지 못하고 비용만 발생시키는 명백한 사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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