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중장거리 에너지 소비 효율 개선 (Feat. 템포 트레이너)
예전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난 글라이딩을 너무 오래 하는 버릇이 있다.
좀 과장하자면, 자유형 원터치 드릴 수준이라고 이야기할만큼 리커버리 하는 팔을 최대한 오래 기다렸다가 반대쪽 팔을 젓는 것.
이 버릇을 고치기 위해, 6비트 킥을 3+3 스타일이 아닌 6 짜리 하나로 차는 식으로 변화를 줘서, 절반의 수정을 일궈(?)내기도 했었지만(이렇게 되면 소위 말하는 말타기 자유형이 됨), 오래 기다리는 버릇이 근본적으로 고쳐졌다고 볼 순 없다.
그래서 이 버릇을 고쳐보고자, 템포 트레이너라는 도구의 도움을 받기로.
템포 트레이너는 간단히 말해, 특정 시간 단위로 울리는 비프음에 의존하여 수영 템포 유지 훈련을 하거나, 인터벌 훈련을 위한 출발 신호 발생용으로 활용하는 장비다.
구매해놓은지 1년도 더 된 장비인데, 정말 어쩌다 한 번 사용할 정도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페이스 조절', '단거리 대쉬' 등과 같은 시합용(?) 훈련은 거의 안하는 스타일이라 더더욱.
그러다 문득, 같은 팀에서 운동하는 동생이 오래 전 해 줬던 이야기가 생각나더라.
저거 켜놓고 비프음에 맞춰 수영하면, 의외로 50m 인터벌 40초 언저리에 들어오는게 수월하더라고요.
왜 그러한지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볼 심산으로 지난 주 자유수영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내가 평소 노멀하게 수영할 때의 피치를 체크해보니, 한 팔에 1.2 ~ 1.3 초 정도 나오더라.
(참고로 선수들의 경우, 자유형 50m 경기에서 피치는 0.6 초 전후임)
그래서 비프음 시간을 정확히 1초로 세팅하고 그에 맞춰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 몇 분 동안은 피치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 때문에 어려웠지만 금새 수월해졌다.
이 페이스에 맞춰가면 자유형 50m 기준 2비트킥으로 38초, 6비트로는 35~36초가 나온다.
마침, 1초에 한 번 비프음 울리도록 세팅해뒀기 때문에, 비프음 횟수만 세면 초를 쉽게 알 수 있음 ^^
40초 이내에 들어오니 느린 편은 아니지만, 힘을 꽤나 소모하며 전진해야 1초당 한 피치를 맞출 수 있었다.
힘을 꽤나 써야하는게 짜증나던 와중에 문득 든 생각이,
피치는 그대로 1초로 맞추되 물을 좀 놓치더라도 팔에 힘을 덜 주고 저으면 어떨까?
그래서 테스트를 해보았다.
출발 전엔 미처 생각치 못한 부분인데,
막상 출발을 하여 팔에 힘을 약하게 주고 저으니 물 속에서 젓는 시간은 길어지게 되었고...
1초에 1피치라는 제한은 지켜야 하므로, 기존에 비해 리커버리 하는 팔을 좀 덜 기다렸다가 반대 팔을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글라이딩을 더 짧게 하는 셈.
원래의 타이밍(1.2~1.3초 짜리 피치)에서 1.0으로 줄였을 때엔 물 속에서 젓는 동작을 빠르게 함으로써 피치를 맞추었지만, 이번에는 순수하게 글라이딩 시간'만' 줄어들게 된 것이다. 물 속에서는 살살(오래) 젓는다고 염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듯 ^^
여튼, 소기의 목적은 너무나 쉽게 달성!!
(물론 익숙해진 것은 아님)
그런데 놀라운 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50m 지점 도착 시간 역시, 38초!!
평소 팔을 세게 저었을 때와 동일한 기록이 나온 것이다. 믿기지 않아 한 번 더 해봤는데 역시나 같은 기록.
게다가 힘도 덜 들었다. 피치는 변함이 없는데, 젓는 팔에 힘을 덜 주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
에너지 소모가 적었다는 것은 호흡을 통해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숨이 덜 찼었거든.
최종적으로 확인 사살을 위해 자유형 100m 기록을 확인해봤더니, 1분 18초(38초 + 40초)!!
예전에 한창 체력 훈련할 때, 딱 한 번 첫 바퀴에 1분 17초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10비트 씩이나 차면서 낸 기록이라 심하게 퍼져서 그 다음 바퀴부턴 1분 30초 오버), 이번엔 킥을 2비트로 차고도 1분 18초. 전혀 퍼지지도 않음.
진짜 대박 깨달음이다. ㅎㅎㅎㅎ
자.. 이번에 발견(?)한 내용을 정리해보자.
1.2~1.3초 정도의 피치에
익숙해져 있던 내가,
템포 트레이너 비프음을
1.00초로 세팅 후 수영.
기록은 38초 정도인데,
팔 젓는 속도가 빨라진 탓에
힘이 너무 많이 듬.
그래서 1.00초 그대로 유지하되,
힘을 안주고 저어보니,
젓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글라이딩 시간은 자연히 줄어듬.
그런데 기록은 여전히 38초.
체력 소모도 훨씬 적음.
이로부터 내릴 수 있는 결론은?
1. 글라이딩을 오래 하는 습관 때문에
빠른 피치로 수영하려다 보니,
물 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빨리(=힘을 주어) 젓고 있었구나.
2. 적어도 중장거리에 있어,
팔을 필요 이상으로 빨리 젓는 건,
젓는 순간 만큼은 속도가 오를지 몰라도,
나머지 시간동안 더 오래 쉬어야 하니,
전반적인 기록에 있어
결코 유리한게 아니구나.
그리고 체력적으로는 오히려 마이너스구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