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에서 헛도는 자동차 바퀴를 보다가 문득 든 수영 생각 - 훈련(운동량) 숭배자들에게 날리는 돌직구
오늘은 오랜만에 편하게 이야기를 해볼까 해.
왠지 그래야 이야기 전달이 잘 될 것 같아서 말야.
어차피 이 글 볼 사람들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연배 높으신 분들껜 죄송)
자.. 아래 움짤을 봐봐.
내가 오늘 이걸 보다가 무릎을 탁 치게 되었거든.
수영 이야기를 할 때 잘 써먹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
겨울만 되면 뉴스 같은 데서 한 번 쯤 봤던 장면일거야.
미끄러운 길에서 바퀴가 헛도는 모습인데,
분명한 건
저렇게 바퀴가 헛돌아도
속도는 그닥 빨라지지 않는다는 거.
아무리 더 때려밟는다 한들,
심지어 엔진을 고성능으로 교체한다 한들,
다 무용지물이지.
힘이 문제가 아니라 미끄러운게 문제니깐.
근데 가만 보니
수영도 똑같겠더라고.
눈/얼음 위에서 헛바퀴 도는거나
물 속에서 팔을 휘젓는거나
고정된 뭔가를 잡고 힘쓰는게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더라고.
그렇다면,
얼음위에서 더 세게 헛바퀴 돌리는게 별 소용 없는 것처럼,
수영 기록 안나온다고 (파워나 체력을 길러) 더 빠르게 팔을 휘젓는 것 역시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겠지?
그치?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자동차라면,
바퀴가 얼마나 덜 헛돌게 하느냐가 핵심일테니,
수영에선,
팔을 얼마나 요령껏 잘 젓느냐가 관건일거야.
물론 무식하게 힘으로 승부해도
어느 정도까지 통하긴 해.
근데 문제는 그 한계가 너무 쉽게 찾아온다는 거야.
체력 아무리 올려놔봤자,
비슷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승패에서나 쓸모가 있지,
수영 자체를 잘해버리는 사람, 소위 말해, 레벨 자체가 다르다고 이야기되는 사람한텐 게임이 안 돼.
자.. 봐봐.
자유형 50m 1분 씩 걸리던 쌩초보가
30초 이내에 들어오는 고수가 되었다면,
뭐가 나아진거겠어?
체력 올려서 50초 되고
좀 더 올려서 40초 되고,
거기서 더 끌어 올려서 35초 되고,
젓먹던 힘을 다해 최대한 끌어올려서 30초가 되었을까?
아니, 완전 반대야.
기술을 계속 향상시켜 왔기 때문에
기록이 그렇게 향상된 거야.
물론, 그렇게 기술이 향상되는 와중에 체력도 조금은 나아졌을 수는 있어.
근데 그 체력이라는 게
실제 육체적인 역량이 나아진 것도 있겠지만,
불필요한데 힘을 안쓰는 요령이나 효과적으로 힘을 쓰는 요령 등이 좋아진 것도 해당해.
그리고 그런 요령은 역시 기술이라고 봐야 하고.
내가 자꾸 블로그든 어디든
이런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건 이유가 있어.
완전 초보들은 동작 자체가 안되는게 많아서,
자세(기술적인 부분) 위주로 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 해당이 아냐.
근데, 웬만큼 배웠다 싶은 중/상급자들은 안그렇더라고.
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냐면,
기록을 땡기려면 훈련(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근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체력을 올리는 건 한계가 금방 와.
게다가, 노력 대비 향상되는 정도도 형편이 없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얘기야.
그래서 기록이 조금 오른다 싶다가도 금새 더 이상 변화가 없어.
게다가, 잠시 훈련을 소홀히 하기라도 하면,
기록은 금새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여기까진 좋아.
운동량(체력)으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어. 수영 이외의 다른 스포츠에선 그게 상당 부분 통하고, 지금껏 그런 모습을 주로 봐왔을테니까.
그걸 두고 뭐라곤 안해.
근데 문제는 이런 성향의 정도가 심각한 사람들이야.
내가 이런 이야길 하는 진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데, 거짓말 좀 보태면 이 사람들은 죽어라 훈련하는 걸 숭배하는 수준이더라고.
그래서, 자기보다 느린 기록 나온 사람한텐 운동을 열심히 안했다고 하고, 별로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기록이 잘 나오면 타고난 재능 덕이라고 하지.
(실제로 누가 나한테 그러더만. 내가 기록 잘나오고 싶다고 하니, 너 그렇게 놀면서 기록 잘나오면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뭐가 되겠냐고. 그건 말이 안되는 것이지 않냐고 --;;;)
글고 그들 자신의 기록이 떨어지면 이렇게 생각을 하더라.
'아.. 내가 너무 게을렀어. 열심히 훈련 안하고 좋은 기록을 기대하는 건 너무 거만한 생각이었어. 앞으로는 똑바로 정신차리고 더욱 열심히 훈련에 매진해야겠어!!'
라고 말이야.
진짜 웃기지 않아?
물론, 말 자체는 틀린 소리가 아니야.
문제는 그들이 과연 그런 생각을 할 입장이나 처지에 있느냐는 거야.
이야기 듣고 있으면 무슨 수영에 목숨 건 사람 같어.
자기가 선수야?
수영은 그저 취미일 뿐인데, 왜 저래?
뭐, 수영에 열정이 넘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는 그런 심리.. 어떤 건지 나도 잘 알아.. 다 느껴봤으니깐..
근데 방법이 틀렸다 이거야.
중계 방송 보면 해설자가 '막판 스퍼트', '지옥 훈련' 같은 얘기만 하지. 대회 시즌이 되면 방영하는 <다큐 3일, 태릉선수촌을 가다> 같은 걸 보면 피똥쌀만큼 강도높은 훈련하는 모습이 나오고.
뭐 이런 것들을 보고 꽂혀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런 어마어마한 훈련은
최고의 기량(기술)을 가진 선수들이
경쟁자를 물리치고 정상에 서기 위한
피눈물나는 노력의 과정 중 일부라는 걸 알아야 해. 솔직히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뭐 더 해 볼 게 크게 없으니 더더욱 훈련이 중요하겠지.
근데, 선수들이 보면
저걸 수영이라고 하나 싶을 정도로
미흡한 기량을 가진 우리 일반인들이
그걸 따라하게 되면,
그저 선수들 코스프레 하는 것밖에 안되는 거야.
뭐, 결국은 개인의 선택이니
본인 운동을 그렇게 하는 건
절대로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해.
니 위에 고수들이 바글거리고
그들을 따라잡는게 니 목적이라면
운동량에 목을 매는 대신
기술을 갈고 닦는게
옳은 방법이라는 거.
그러니,
내일 모레 시합 나가는 사람한텐 몰라도,
수영 잘하고 싶다는 사람한텐
힘들어도 잘 참고 인터벌을 하라는 둥,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둥,
열심히 하면 결국 언젠간 될거라는 둥
그런 알맹이 없는 조언은 안했으면 해.
그리고,
정말 타고난 천재가 아닌 한
힘든 상황에선 교정이고 나발이고
제대로 되는거 전혀 없으니,
체력과 자세를 동시에 잡겠다는
생각 또한 말길 바래.
진심이야.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고 끝낼게.
훈련으로 쌓은 체력은 니 실력이 아니야. 기술이 진짜 니 실력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