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잘하는 방법 - 물(유체)에 대한 이해
조금 더 빠르게 수영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스타트나 턴 등도 수영 경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배제하고, 실제 스윔(Swim)에 해당하는 부분에 한정하여 이야기하겠다.
아래 이야기할 내용은 '수영에 대한 대왕날치의 철학'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하나. 물은 유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물은 고체가 아닌 유체라는 것을. 그러나 실제로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거의 대부분 물을 고체 다루듯 한다.
사무실에서 바퀴 달린 의자에 앉아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의자에 앉은 채 어딘가로 움직이려면 주변의 벽이나 책상 등을 밀어내야 한다. 움직이고자 하는 정도가 클 수록 그에 걸맞는 강한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이번엔 상황을 조금 바꿔, 책상위에 수북히 쌓인 책더미를 짚고 이동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빠르고 더 멀리 이동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벽이나 책상을 미는 것처럼 강하게 힘을 주면 될까?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책 더미가 밀릴 뿐 원하는 만큼 움직이기는 좀 힘들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더미는 책상 위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책 더미가 밀리지 않을 정도의 힘'이 최선이자 한계점이다. 강한 힘을 순간적으로 가해서는 소용이 없다.
물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수영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을 더 써서 빠르게 팔을 젓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을 가하여 팔을 저으면 팔이 물을 갈라(베어)버릴 뿐, 수영 속도는 그다지 빨라지지 않는다. 물은 고체처럼 강한 힘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질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얼음판에서 빨리 걷기 위해 발에 힘을 주면 발이 미끄러지기만 하는 것도 유사한 현상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어떻게 수영해 왔었는지를 되짚어보자.
빠르게 수영하기 위해 고체를 잡고 밀어내듯이 강하고 빠르게 팔을 저으려 하진 않았는지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대답할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물이 액체가 맞냐고 물으면 누구든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말이다.
둘. 물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바퀴달린 의자에 앉아 이동하기 위해 책상위의 책더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책더미들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다시피 밀어내며 그 반동에 의해 움직이는 게 맞을까?
아니면, 책더미가 책상 위에서 최대한 밀리지 않을 만큼 살살 달래가며 움직이는 게 맞을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답은 후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물을 강하게 밀쳐내며 그 반작용으로 내 몸이 앞으로 나아가려 해선 안된다. 손과 팔을 물에 잘 걸쳐(?)서 고정해둔 채, 내 몸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물을 뒤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물을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보면 되겠다.
수영장 물을 물이라 생각하지 말고 두부라고 생각해보자. 두부는 연약해서 깨지기 쉽다. 여기에 내 팔을 꽂고 앞으로 전진한다고 말이다. 어째서 힘을 세게 가하면 안되는지.. 조금은 더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유체의 속성을 이해하자
위의 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르게 수영한다면 절로 성취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수영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있어하고 갈망하는 그것.
바로 '물잡기'라는 기술이다.
물잡기라는 기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액체 상태의 물이 밀리거나 갈라지지 않게 잘 잡아둔 채 몸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
잘 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같은 속도로 수영하면서도 팔을 젓는 속도는 남들보다 느릴 것이며, 한 번 저을 때 남들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할 것이다. 즉, 물을 잘 잡는다는 뜻. 엄청난 속도로 팔을 돌리며 허우적대는 모습을 이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손과 발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 팔꿈치를 높게 세우는 것, 적절한 타이밍에 롤링하는 것, 팔 젓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라는 것, 팔 궤적이 어떤 식으로 그리는 것 등 많은 기술들이 결국 물을 잘 잡기 위해, 즉, 유체라는 물의 특성에 순응하겠다는 최우선의 목표를 위해 구사되는 기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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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상을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이 팔젓기(pull)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팔을 어느 타이밍에 얼마만큼 꺾는지, 전완을 얼마나 오랫동안 세우고 있는지, 손과 발의 타이밍은 어떻게 맞추는지 등의 기술적인 디테일들을 보라는 게 아니다.
대신, 풀을 할 때 팔로 물을 얼마나 잘 딛는지를 보라는 뜻이다. 물을 잘 잡지 못하고 갈라버리거나 밀어버린다면, 팔을 저을 때 손의 위치가 수영장 바닥의 검은 선보다 뒤쪽으로 밀릴 것이다. 하지만 위 영상에선 그런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거의 완벽하게 물을 잡는다는 의미다.
소위 물잡기라 불리는 기술을 구사하기 위해 선수들을 모방하여 팔꿈치만 어느 정도 꺾은 채 무작정 잡아당기는 식의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물잡기라는게 왜 필요한 것인지, 나아가 물의 특성이 어떠하고 어떻게 순응할 것인지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선행된다면 누구든 지금보다 더 빠르게 수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