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25초 찍을 수 있어요?
엊그제 수영 모임에서 들은 질문이다.
'25초'라는 목표 수치가 언급되었기는 하지만, 숫자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느냐'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사실, 힘으로는 쉽게 해결이 안되는 것이 수영이다. 물론, 힘이 좋으면 후반에 느려지는 것을 예방할 수는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빨라진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록이 향상되는 것일뿐, 수영 속도 최대치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느려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해여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힘은 해결사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유사한 주제를 이야기한 포스팅이 과거에 몇 개 있었지만, 이번엔 또 다른 예시다.)
노가 없는 나룻배를 타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주변에 군데군데 수초가 있어 그걸 잡고 움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수초가 육지 근처까지 있지는 않아서, 마지막 수초를 당길 때 최대한 속도를 올려야 된다. 그래야 최대한 오랫동안 미끌어져 나아갈 것이고, 육지에 도달할 가능성도 높아질테니 말이다.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내려면 수초를 어떻게 당겨야 할까? 수초는 뽑히거나 끊어져버리기 때문에 무작정 강한 힘으로 세게 당길 수만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한 번에 좀 더 많은 양의 수초를 움켜쥔다. 한 가닥 잡을 것을 열 가닥 잡는다면, 같은 힘을 가해도 뽑히거나 끊길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힘을 가할 수 있는 한계치가 높아지는 셈이므로, 좀 더 세게 당길 수 있고 배의 속도 역시 더 많이 높일 수 있다.
둘째, 수초가 뽑히거나 끊어지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한 정도의 힘까지만 가한다. 그 이상의 힘을 가했다가는 어떻게 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적용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의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수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첫째, 물을 좀 더 많이 잡아야 한다.
그래야 더 강한 힘을 가해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물론, 물을 너무너무너무나 잘 잡아버린다면, 물을 저을 힘이 부족해서 속도를 못내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마치 주변에 수초가 너무나 많아 아무리 세게 당겨도 절대 끊어지지 않을 상황과도 유사한데, 실제 수영에서 이런 상황이 생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적어도 아마추어 수준의 테크닉에서라면 말이다. 물을 더 많이 그리고 단단히(?) 잡지 못해서 더 빨리 못갔으면 못갔지, 근력이 부족해서 빨리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뜻이다. 단단히 고정된 레인같은 것을 잡고 당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둘째, 물을 헛젓기 바로 직전까지의 힘만 가해야 한다. 그 이상의 힘을 가하면 움직이기는 하는데 허당이다. 수초가 끊어져 버려서 움직이려다 말아버리는 상황, 빙판에서 자동차가 헛바퀴를 도는 상황, 젓가락으로 두부를 집으려는데 깨져버리는 상황 등이 필요 이상의 힘을 가하는 경우다.
이밖에도, (좀 억지스럽지만) 배의 앞부분을 좀 더 저항이 적은 모양으로 깎아내는 것(몸을 유선형 자세로 만드는 것), 배에 있는 쓸데없는 물건들을 던져버리는 것(몸을 더 잘 띄우는 것), 옷가지 등을 이용해 돛처럼 만들어 바람의 도움을 받아보려는 시도(추가적인 추력을 활용한다는 점에 있어서, 킥을 활용하는 것과 유사) 등도 빠른 속도를 내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빠르게 수영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물을 좀 더 많이 그리고 잘 잡는 법을 터득해라. 이건 힘이 아니라 요령, 즉, 기술이다.
또, 내가 잡은 물에는 얼마만큼의 힘을 가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잘 알고 그 한계를 넘어서지 말자. 이것 역시 요령, 즉 기술이다.
그 밖에 유선형, 수평뜨기, 킥의 도움 활용 등 역시 기술이다.
수영에서의 최고 속도.
핵심은 기술이다. 최소한 아마추어의 세계에서만큼은 그렇다. (50m를 20초 남짓에 끊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에겐 힘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딴세상 얘기니 잠시 접어두자.)
힘으로 '최고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힘으로 '오래 버티는 것' 정도나 가능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후반에 지치지 않아서 기록이 향상되는(느려지지 않는) 것과
최고 속도가 높아져서 기록이 향상되는(빨라지는) 것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50m짜리 단거리 경기에서의 기록.
'최고 속도'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무엇에 집중해야 할 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