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잘하는 법 - 손따로 발따로의 가치(부제 : 발차기 비트로부터 자유로워지자)
날치스가 구글플러스(페이스북과 네이버 밴드를 섞어놓은 형태)에서 운영되던 당시 작성했었던 글에 '좋아요'가 달렸다는 알림이 왔길래 오랜만에 그 글을 읽어보게 되었다. 약 2년 전의 생각이지만 지금 역시 그 때의 생각과 변함이 없기에 이 곳에 원문 그대로 옮겨와본다.
같은 자유형 발차기와 관련해서 2비트, 4비트, 6비트 같은 용어가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립니다. 수영에서 '비트'라는 것은 한 사이클(왼팔 한 번+오른팔 한 번)에 킥을 몇 개 차느냐를 의미하는 용어인데요.
선생님들께 발차기 비트수에 대한 질문을 하면, <신경쓰지 말고 쉼없이 차라>고 이야기해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를 작년(’13년)쯤 부터 들어왔던 것 같네요. 그 전까진 저도 제 나름대로 몸에 익혀온 비트에 맞춰 수영해 왔었는데, 선생님들이 왜 그렇게 이야기하셨는지 최근들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처음 수영을 배울 때 발차기부터 배웁니다. 그리고 그 발차기 위에 팔돌리기가 추가됩니다. 팔 한 번에 킥 몇 번... 이런건 안가르쳐줍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수영을 시작한 지 6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강습 때 발차기의 비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람들이 접영을 대충 배워갈 때 쯤 되면 어디선가 '발차기엔 비트라는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몇 비트짜리 킥이란게 있는데, 장거리에선 뭘 사용하고 단거리에선 어째야 한다느니... 세계적인 선수들은 몇 비트 킥을 찬다느니... 그리고 그렇게 알게된 정보들을 토대로 팔과 발을 나름대로 맞춰가며 수영하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어디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고요.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자유형 속도가 잘 나질 않아서 고민을 하다가 팔 한 번 잡아당길 때 접영킥 비스무리하게 두 발을 동시에 차 봤는데 추진이 꽤 잘 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팔 한 번에 (접영)킥 한 번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나중엔 두 발 대신 한 발만 차게 되었는데, 그게 제 자유형 2비트 킥의 시초였습니다.
초심자가 2비트 킥을 차게 되면 기존보다 속도가 확연히 빨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 익힌 '손과 발의 박자'를 바탕으로 6비트 킥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런 식으로 익힌 타이밍으로 6비트 킥을 3년 이상 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기록이 별로 줄지 않는 시기('12년)를 맞이하게 되고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가 소사국민체육센터에 다니던 때였는데, 옆레인에서 훈련하는 중고등학교 선수들을 보면서 나랑 뭐가 다르길래 이렇게 잘들 수영하는가 곰곰히 생각했었죠.
그러던 중, 그 친구들도 저처럼 킥을 차지만, 손이 어느 위치에 있을 때 어느 쪽 발을 차느냐....가 저랑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선수들도 각자 타이밍에 있어서 차이는 있었지만, 공통적인 부분 한 가지는 <물을 뒤쪽으로 밀 때 같은쪽 발로 킥을 찬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그 시점에 어떻게 하고있나 봤더니, 저는 물을 뒤로 밀 때 반대쪽 발로 킥을 차고 있더군요.
이것을 선수들처럼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는데, 이미 몸에 익어버린 타이밍 때문에 절대 안고쳐졌습니다.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통의 선수들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킥 타이밍이 굳어버린 이유는 처음에 2비트 킥을 멋도 모르고 시작했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물을 잡는(=당기는) 시점에 킥을 차는 타이밍으로 2비트 킥을 익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보들은 대부분 물을 잡아당기는데 포커스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뿐, 정작 핵심은 물을 뒤로 미는 시점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게 육상생활에 길들여진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요.
이런식으로 2비트 킥을 익히다 보니, 6비트로 전환했을때 역시 물을 당기는 시점이 기준 타이밍 이 되었구요. 이 타이밍에 같은 쪽 발로 킥을 차게 되니, 물을 뒤로 밀 때엔 반대쪽 발을 찰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공교롭게도 그 즈음('13년 후반), <손과 발 맞춰차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그 말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사실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수영하려고 노력도 해보고, 선수들 수영하는 모습도 보다 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의 타이밍이 있어서 그에 맞게 수영할 때 기록이 가장 잘 나옵니다. 근데 그 타이밍이란 것은 딱히 정해진 게 없어서 본인에 맞게 찾아 나가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우선 충분한 킥 능력과 충분한 스트로크 능력 을 먼저 갖춘 상태라야 합니다.
일반인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한 상태 -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부분적인 동작 각각이 충분히 숙달되지 않은 상태 - 에서 그것들을 조합해 자신만의 타이밍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져버린 채 그냥 그 상태로 끝나버리는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타이밍좀 바꾸고 싶어도 첨엔 어느 정도 되는듯 하다가 운동 강도가 높아져 지치게 되면 금새 도로아미타불이 됩니다.
우리 날치스에 이런 실수와 가장 거리가 먼 멤버가 OOO님 입니다. 이 친구는 날치스 합류하던 당시 수영을 몇 년 했던 상태였음에도, 남들과 달리 팔따로 다리따로의 진수를 보여줬었습니다. 손발도 못맞춘다고 제가 몇 차례 뭐라 하기도 했었구요. 본인은 맞춰서 차려고 해도 잘 안된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상태야말로 자신만의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에 가장 좋은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중 촬영을 해보면, 우리들 중 OOO님이 가장 몸이 곧게 잘 유지된 채로 수영을 합니다. 각 부분 동작의 완성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어쭙잖게 손/발 타이밍 맞추는 것을 연습했던 사람들은, 자신만의 타이밍에 맞춰 힘을 강하게 주거나 할 때 자세가 흐트러지기 십상인데, 그러지 않았던 사람들은 특별히 박자를 맞추거나 힘을 세게 줄 타이밍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곧은 자세를 유지하는게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더 빨라지기 위해선 누구든 결국엔 자신만의 타이밍을 찾아서 킥과 스트로크의 시너지가 잘 발휘되도록 수영해야 할 겁니다. 다만, 킥과 스트로크를 일정 수준 이상의 테크닉으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하에서 말이죠. 저는 그런 면에 있어서 아직 한참 부족하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오랜만에 이 글을 읽고 되짚어보니, 손/발 맞추는 타이밍을 익히라고 누군가에게 조언해줬던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맞춰차려 하지 말라는 조언이 훨씬 많았고, 그 밖에 몸을 잘 띄우느냐, 팔을 헛젓지는 않느냐, 몸이 휘지는 않느냐 등과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다행이다. 내가 주장했던 것과 모순되는 내용으로 조언해 오고 있던 게 아니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