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 잡힐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물잡기
수영에 관한 아마추어 수영인들에게 있어서의 최대의 화두는 '물잡기'다. 물론 스트림라인, 2비트/4비트/6비트 킥, 롤링, 가슴누르기 등 다양한 기술적인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가장 어려우면서도 오묘한 선망의 대상은 물잡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적어도 물잡기에 있어서 만큼은 '동작을 흉내내려고 하는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번 'I자 vs S자 스트로크' 관련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던
눈에 보이는 모습을 따라함으로써 기술을 구사하는 것 보다는, 기술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 그러한 모습이 자연스레 나온다.
는 것이 물잡기에서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보면 좋을 듯 하다.
그렇다면, 흔히들 알고 있는.. '팔을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팔꿈치를 구부리는 모양'을 따라하는 대신, 무엇을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핵심은 딱 두 가지다.
1. 물을 잡는다는 게 무엇인지 이해한 후
2. 물이 잡히는 느낌을 스스로 찾는 것
첫째, 물을 잡는다는 것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잡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좀 더 빠르게 수영하기 위해 물을 잡을 줄 알아야 하는데, 팔꿈치를 구부린 채 팔을 젓는 것이 물을 잡는 방법이다.
라고 말이다.
만약 본인이 물잡기라는 것에 대해 위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다면, 아래 링크의 글을 한 번 읽어보기 바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수영은 유체에 힘을 전달하는 운동이라, 힘의 세기나 빠르기 보다는 '힘을 전달하는 요령'이 더 중요하다.
즉, 힘을 전달하는 요령이 곧 물잡기라는 것! 모양'만' 따라하는 것은 허울에 자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물잡기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
둘째, 물잡는 느낌을 스스로 찾기
앞서, 물잡기는 요령이라고 했다.
무조건적인 힘과 스피드보다는,
얼마만큼 적절한 힘과 속도와 궤적으로 팔을 젓느냐가 키포인트.
겉으로 보이는 모습(각도 등)을 흉내내는 것?
지양해야 한다.
'비슷하게'는 가능할 지 몰라도 '똑같이' 따라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일 뿐더러, 힘과 스피드의 적절성 같은 요소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스로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씩 변화를 줘가며 느껴보자. 팔을 저을 때 조금이라도 더 큰 저항이 걸리는지, 그래서 내 팔의 움직임이 물을 의미없이 베어버리지 않는 쪽으로 진화하는 중인지를 말이다.
얼마만큼의 힘과 빠르기로 그리고 어떤 궤적으로 저어야 할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충의 모습이라도 알아야 찾든지 말든지 하는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누구든 기본적인 팔젓기 방법은 이미 다 배웠다. 팔을 쭉 편 채 수영장 바닥 방향으로 젓는.. 초보들이 하는 그 방법 말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정말?
생각해보자. 초보 때 배운 팔동작에서 더 나아가, 뭔가 변화를 주도록 배운 적이 있었는지를 말이다.
아마 딱 한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물 밖에서 리커버리(팔돌리기)를 할 때 팔꿈치를 구부려주는 '팔꺽기' 말이다. 그게 전부다. 그것 말고는 배운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미 물 속에서 팔을 꺾은 채 물을 젓고 있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디에선가 물잡기라는 게 있다는 걸 보거나 들었던 적이 있었고 그걸 본인 스스로에게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초보때 배운, 팔을 펴고 젓는, 바로 그 자세면 충분하다는 게 설득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튜브 등의 미디어 매체를 보면, 물잡기에 대해 다루는 영상들이 상당히 많다. 아무래도 영상이다 보니 보이는 부분 위주로 내용이 구성 될 수 없긴 하겠다만, 스스로가 느끼는 감각 보다는 어떤 폼을 취해야 하는지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나 역시 지인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해 줄 때, 눈에 보이는 자세 위주의 조언을 해 줬었다. 그런데, 효과적으로 실력이 향상된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난 분명 내가 영상에서 본 바를 토대로 내 자신의 폼을 교정하여 이득을 봤었고, 그와 동일한 기준으로 지인들의 폼을 분석하여 성심성의껏 알려 주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몇 달 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어느 순간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선수들의 폼을 참고하여 자세 교정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왔었지만, 그와 더불어 항상 폼에 변화를 줘가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었고, 현재의 동작이 기존에 비해 나은지를 끊임없이 되뇌여왔었다.
는 사실 말이다. 이걸 내가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간단한 참고용 정도로만 생각할 것. 대신, 본인의 느낌을 항상 열어놓고, 크지 않은 수준의 변화를 끊임없이 다양하게 줘서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계속 발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빨라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효율성 높은 테크닉을 보유하게 되면, 자신의 폼 또한 선수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