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동만 알려달라는 탁송기사와, 동만 알려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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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팔려고 탁송기사와 차 세워둔 위치를 맞추다가 생긴 해프닝입니다. 같은 설명을 두 번 했는데 기사는 왜 못 들었는지, 그리고 나는 왜 물어본 것만 답했는지, 둘 다 궁금해서 정리해 봅니다.
1. 엔카 경매에 차를 올리고 최고가로 낙찰한 업체를 골라 '판매하기'를 누르니, 탁송기사 배정까지 엔카 쪽에서 알아서 하고 기사가 차를 가져가는 시점에 입금도 바로 들어옴. 문제는 기사와 차 있는 곳을 맞추는 통화에서 생겼는데, 통화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주차장을 두고 이야기한 것이 원인이었음.
2. 차를 세워둔 곳은 배곧신도시 아브뉴프랑이라는 복합 상가의 지하임. 이 상가는 여섯 동이 북쪽 라인 세 동, 남쪽 라인 세 동으로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고, 동 이름은 레드, 오렌지, 옐로우, 퍼플, 블루, 그린처럼 색깔로 붙어 있음. 상가 주차장은 동마다 지하에 따로 붙어 있고 입구도 동마다 따로임. 같은 라인끼리는 지하에서 일부 오갈 수 있지만, 북쪽 라인과 남쪽 라인 사이는 절대 못 넘어감. 옐로우동 입구로 차를 끌고 들어가면 그린동 주차장으로는 못 간다는 얘기니, 상가 주차장은 무슨 동인지부터 알아야 찾아감.

3. 그런데 내가 세운 곳은 그 상가 주차장이 아니라 '배곧 광장 공영주차장'임. 위에서 내려다본 평면도로 보면, 북쪽 세 동을 이은 라인과 남쪽 세 동을 이은 라인 사이의 가운데 영역, 좌우로 긴 부분이 공영주차장임. 입구는 북측과 남측 둘이지만 안이 통으로 이어져 있어 어느 쪽으로 들어와도 되고, 동이라는 개념이 없이 기둥에 붙은 번호만 알면 찾아옴. 상가 주차장과 공영주차장 사이는 차단기로 막혀 있어 차로는 못 넘어감. 사람은 막는 게 없어서, 상가 주차장에서든 지상의 상가 건물에서든 공영주차장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음. 그러니 공영주차장에 가는 사람도 동을 알면 덜 걷는 데 도움은 됨.
4. 엔카에 접수할 때 차량 위치는 '배곧광장 공영주차장 지하 2층'이라고 적었음. 아브뉴프랑이라는 글자는 한 글자도 안 썼음. 10시에 차를 보내기로 한 날 아침에 기사한테 전화가 옴. 첫 질문이 "거기 아브뉴프랑에 있는 주차장 맞아요?"였고, 맞다고 함. 배곧광장 공영주차장을 검색하면 아브뉴프랑 자리로 뜨니 그렇게 물었겠거니 했음. 다음 질문이 "어느 동 입구로 들어가야 되냐"였음. 무슨 동에 가까운지 외우고 있지도 않았고 어차피 동이 필요 없는 곳이라, "동 구분이 없고 전체가 통으로 이어져 있으니, 지하 2층으로 내려오셔서 기둥 번호 보고 찾으시면 된다"고 했음. 돌아온 답은 "거기 여섯 동인가 있지 않냐, 동이 다 따로따로인데 어느 동인지 말씀해 주셔야 갈 수 있다"였음. 한 번 더, 지상 건물만 동이 나뉘지 지하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입구도 동별로 따로가 아니라 북쪽 하나 남쪽 하나라고 했는데, 또 "그래도 어느 동인지 알려주셔야 해요" 라고 함.
5. 그때 든 생각이 '아, 이 사람 차로 오는 게 아니라 걸어서 오는구나'였음. 탁송은 기사가 내 차를 받아서 몰고 가는 일이니 자기 차를 끌고 올 리가 없는데, 당연한 걸 그제야 떠올림. 걸어서 들어오면 아무 동으로나 내려갔다가 운 나쁘면 한참을 걸어야 하니 동을 묻는 거겠거니 했음. "탁송이라 걸어서 오시는군요, 어느 동인지 문자로 알려드리겠다" 하고 끊고, 확인해서 '옐로우동 입니다'라고 동만 딸랑 보냄.
6. 동만 딸랑 보내 놓고 보니 걸리는 게 있었음. 가까운 동을 물은 건 그렇다 쳐도, 이 사람은 공영주차장과 상가 주차장이 따로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았음. 둘이 따로라는 걸 아는 사람이면 "통으로 이어져 있다", "입구는 북쪽 하나 남쪽 하나"를 듣고 "그건 아는데, 걸어가려면 가까운 동은 알려주셔야죠" 정도로 대답했을 텐데, "동이 다 따로따로인데"만 반복함. 이 사람이 아는 아브뉴프랑 주차장은 동마다 입구가 따로인 상가 주차장뿐이고, 내 말을 전부 그 주차장 얘기로 들은 것임. 결국 이 사람 손에 남은 정보는 '옐로우동' 하나고, 그렇다면 옐로우동 상가 주차장으로 내려갈 게 뻔함. 공영이 따로 있다는 걸 알려줄까 말까 고민하기 시작함.
7. 고민하는 사이 전화가 옴. 약속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나 : "10시까지 갈게요."
기사 : "아, 차 가지고 오시는군요."
나 : "아니요, 차는 이미 거기 있는데요."
기사 : "차 없는데요."
역시 예상대로 상가주차장으로 갔던 거였음.
"상가 주차장으로 가신 것 같은데, 공영주차장으로 가셔야 합니다"
했더니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음. 그래서 자세히 다시 말함.
"상가 주차장으로 가신 것 같은데, 공영주차장으로 가셔야 합니다"
했더니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음. 그래서 자세히 다시 말함.
"거기가 상가 주차장도 있고 공영주차장도 있는데요. 제 차는 공영주차장에 있고요. 동을 말씀드려서 상가 주차장으로 가신 것 같은데, 공영주차장으로 가셔야 해요. 물론 공영도 옐로우동에서 갈 수는 있어요. 바로 근처니 금방 찾으실 겁니다."
그랬더니 진작 그렇게 얘기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푸념함. 자기도 예전에 아브뉴프랑에 사무실이 있어서 잘 안다고도 함. 10시에 맞춰 가 보니 차는 잘 찾아서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그랬더니 진작 그렇게 얘기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푸념함. 자기도 예전에 아브뉴프랑에 사무실이 있어서 잘 안다고도 함. 10시에 맞춰 가 보니 차는 잘 찾아서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8. 푸념은 아마 '왜 공영이라고 말을 안 했냐', 아니면 '어째서 옐로우동이라고 해서 상가 주차장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냐'는 뜻이었을 것임. 통화에서 공영주차장이라고 콕 집어 말한 적이 없는 건 맞음. 다만 엔카 접수에 '배곧광장 공영주차장 지하 2층'이라고 적었고, 아브뉴프랑이니 동이니 하는 말을 먼저 꺼낸 쪽은 기사였음. 아브뉴프랑을 잘 안다고 했는데, 바로 그 '안다'는 것이 내 말을 듣기보다 자기가 아는 것을 기준으로 동을 요구하게 된 주된 원인이었다고 봄.
동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으면 동을 알려 달라고 거듭 요구하지 않고, 일단 기둥 번호부터 적어 둔 다음 필요하면 "그 기둥이 어느 건물 쪽이에요?"라고 묻는 것. 이 정도였으면 소통에 문제가 없었을 것임. 애초에 동을 말하는 순간 상대는 그 동에 딸린 상가 주차장부터 떠올림. 공영주차장에서 누구를 만날 때 내가 동 얘기를 먼저 안 하는 이유도 그것임.
동은 필요 없다는 말을 들었으면 동을 알려 달라고 거듭 요구하지 않고, 일단 기둥 번호부터 적어 둔 다음 필요하면 "그 기둥이 어느 건물 쪽이에요?"라고 묻는 것. 이 정도였으면 소통에 문제가 없었을 것임. 애초에 동을 말하는 순간 상대는 그 동에 딸린 상가 주차장부터 떠올림. 공영주차장에서 누구를 만날 때 내가 동 얘기를 먼저 안 하는 이유도 그것임.
9. 그런데 나도 할 말이 많은 처지는 아님. 상가로 가겠구나 싶었으면서 알려줄까 말까 재고 있었던 것부터 그렇고, 더 걸리는 게 하나 있음. '걸어서 오는구나'를 깨닫고 동을 알려주기로 한 건 내 생각이었는데, 정작 보낸 문자는 '옐로우동' 네 글자였음.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니 귀찮기도 했고, '그렇게 동을 원한다면 동을 주겠소' 하는 마음에 동만 딸랑 보낸 것임.
만약 기사가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많이 걷게 하지는 말아야겠다" 싶어서 알려줬다면 달랐을 것임. 나한테는 공영과 상가가 당연히 따로니까, 아마 "옐로우동 쪽인데 상가 주차장 말고 공영 쪽으로 오셔야 합니다"까지 말했을 것임.
내가 떠올려서 주는 정보에는 필요한 것들이 포함되는데, 물어서 주는 정보는 필요한 게 빠졌더라도 물어본 것만 답해 주게 됨. 동만 보내는 순간 나도 기사와 똑같이 상가 주차장 기준으로 답한 것임.
만약 기사가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많이 걷게 하지는 말아야겠다" 싶어서 알려줬다면 달랐을 것임. 나한테는 공영과 상가가 당연히 따로니까, 아마 "옐로우동 쪽인데 상가 주차장 말고 공영 쪽으로 오셔야 합니다"까지 말했을 것임.
내가 떠올려서 주는 정보에는 필요한 것들이 포함되는데, 물어서 주는 정보는 필요한 게 빠졌더라도 물어본 것만 답해 주게 됨. 동만 보내는 순간 나도 기사와 똑같이 상가 주차장 기준으로 답한 것임.
요약. 기사는 아브뉴프랑을 안다는 이유로 내 말을 전부 자기가 아는 상가 주차장 얘기로 들었고, 그 주차장과 어긋나는 "동 구분 없다", "입구는 북쪽 하나 남쪽 하나"는 몇 번을 말해도 흘려버렸음. 나는 물어본 그대로 '옐로우동'만 보냈고, 상대가 다른 주차장을 떠올리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나서도 알려줄까 말까 재기만 했음. 결과는 기사가 차 없는 주차장에서 "차 없는데요" 전화를 거는 것이었음.
- 상대 말이 내가 아는 것과 안 맞을 때는 내가 아는 대로 거듭 요구할 게 아니라, 일단 상대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 보고 모자란 걸 물어야 함.
- 그리고 상대가 다른 걸 떠올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물어본 것 이상을 말해줘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