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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이어도 괜찮다면, 애초에 왜 쪼갰나 (feat. KTX·SRT 통합)

대왕날치 2026. 8. 3. 16:45

https://www.munhwa.com/article/11606642

 

‘코레일+’ 3일 출시…9월부터 KTX·SRT 통합 운행

KTX와 SRT 승차권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예매할 수 있는 통합 앱이 출시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에스알(SR)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2016년 이후 이원화됐던 고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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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와 SRT를 한 앱에서 예매할 수 있게 됐다는 기사를 보고, 앱이 아니라 회사 얘기겠구나 싶어 찾아봤습니다. 10년 전에는 경쟁을 붙이겠다고 쪼갰고 이번에는 경쟁이 없어도 괜찮다며 붙입니다. 정권은 바뀌었어도 결정한 쪽은 똑같이 정부라, 그 논리부터 따라가 봤습니다.

  1. 기사도 커뮤니티도 앱이 합쳐졌다는 얘기만 하고 있음. 앱 통합은 사건이 아니라 결과임.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에스알(SR) 인수를 2026년 8월 3일자로 승인했고, 같은 날 나온 통합 예매앱 '코레일+'가 그 승인이 처음 가시화된 지점임.
  2. 코레일은 2005년 철도청이 폐지되며 생긴 공기업으로, KTX 말고도 일반열차·광역전철·화물을 맡는데 상당수가 적자 노선임. 이때 철도가 위아래로 쪼개졌음. 상하분리는 "선로와 역은 국가가 갖고 그 위에 열차를 굴리는 장사만 회사가 맡는 것"인데, 선로를 국가가 들고 있으면 그 위에 여러 회사를 올릴 수 있어서 8년 뒤 SR이 들어올 자리도 여기서 열림.
  3. SR은 2013년 말 설립돼 이듬해 출범했고, 이 회사가 굴리는 열차가 SRT임. 코레일이 직원 약 3만2,000명에 예산 10조원대인 반면 SR은 700명에 8,000억원대이고, 노선도 수서~부산과 수서~광주송정 둘뿐임. 덩치 비슷한 둘이 합치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지만 체급 차이가 이 정도임.
  4. 다만 수서역과 수서평택고속선은 코레일과 경쟁시키려고 지은 게 아님. 서울역~금천구청 선로용량이 포화였고 강남·수도권 동남부에 고속철도가 없었음. 노선은 2011년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확정됐고, 경쟁이라는 명분은 2013년 6월 국토부 '철도산업 발전방안'에서 그 위에 얹힘. 쪼개면 코레일 부채가 준다는 논리였는데, 정작 코레일 내부 검토에는 알짜 노선을 떼주면 매출이 5,000억원대 줄어든다는 반대 추산이 있었음.
  5. SRT는 2016년 12월 개통과 함께 운임을 KTX보다 약 10% 낮게 잡았음. 이 10%가 경쟁체제의 대표 성과로 꼽혀 왔는데, 원가를 낮춰 만든 값이 아니라 경쟁 촉진 명분으로 정부가 책정한 것임. 지분은 더 안 어울렸음. 자본금 2,500억원에 코레일 41%, 나머지 59%를 사학연금·기업은행·산업은행이 나눠 가짐. SR과 경쟁을 붙이겠다는 상대가 SR의 최대주주였던 것임.
  6. 2023년 이 세 투자자가 주주간 계약에 걸어둔 풋옵션을 행사함. 풋옵션은 "약속한 날에 내 주식을 정해둔 값으로 도로 사가라고 요구할 권리"임. 이들의 2,950만주(59%)를 되사줄 의무는 SR이 아니라 코레일에 있었고, 코레일이 원리금 2,260억원을 지급하면서 지분은 100%가 됨.
  7. 그런데 같은 시기 국무회의가 정부 보유 한국도로공사 지분 3,590억원어치를 SR에 현물출자하는 안을 의결함. SR이 그만큼 신주를 찍어 국토부에 넘겼고 국토부가 58.95%로 최대주주가 됨. 코레일의 지분 100%에서 41.05%가 됨. 즉, 2,260억원을 들여 통째로 쥐었다가 곧바로 절반 아래로 밀려난 것이고, 지금 그 정부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중임. ※ 자본금 2,500억원을 액면 5,000원으로 나누면 5,000만주. 신주 7,180만주가 얹히면 1억2,180만주가 되고 코레일 몫 5,000만주가 41.05%임. 처음 41%와 숫자가 비슷해진 건 노린 게 아니라 계산상 우연임.
  8. 그러면 이 10년 동안 경쟁은 작동했을까. 천안아산역 이북에서 서울역 방면은 KTX만, 수서역 방면은 SRT만 다녀서 부산 갈 사람이 서울역을 고르는 순간 사업자도 정해졌음. 고를 수 없으니 경쟁이 붙을 자리가 없었던 셈임. 게다가 SR은 자기 물건도 별로 없었음. 2025년 기준 SRT 32편성 중 22편성이 코레일에서 빌린 것이었고 중정비도 코레일에 맡겨, 임대와 위탁으로 내던 돈이 연 1,700억원이었음.
  9. 2022년 12월 통복터널 단전 사고 때 이 구조가 드러남. SRT가 멈추자 대체 투입된 열차도 수습 인력도 코레일 것이었음. 쪼개놓은 탓에 비효율이 생겼다는 통합론 쪽 지적은 맞음. 다만 그 10년간 경쟁이 만든 게 하나도 없지는 않음. SRT가 10% 싸게 나오자 코레일은 마일리지와 할인상품으로 맞받았음.
  10. 통합론 쪽에서 반복해 나오는 주장은 민영화 포석론임. 코레일은 적자 노선을 떠안은 채 고속선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인데, 가장 돈 되는 수서발 노선만 떼어 SR에 넘기면 코레일은 '적자 공기업', SR은 '흑자 우량기업'으로 보이게 됨. 팔기 좋은 매물은 그렇게 만들어진다는 것임. 실제로 SR은 배당을 한 번도 하지 않아, 수서발에서 난 돈은 41% 주주인 코레일로 한 푼도 가지 않고 SR 장부에만 쌓였음.
  11. 이 주장은 "코레일 적자는 알짜를 뺏겨서, SR 흑자는 그걸 받아서"라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둘 다 딱 떨어지진 않음. 벽지노선 유지 대가로 정부가 주기로 한 공익서비스의무(PSO) 보전금이 19년간 약 1조9,000억원 밀렸고, 코레일이 내는 전기요금은 최근 4년 새 57% 올랐음. SR도 벽지노선 부담이 없었던 건 맞지만 선로 사용료로 매출액의 약 50%를 냈고 코레일은 약 34%였음. 비싼 사용료를 내며 10% 싸게 팔았으니 돈 되는 노선만 골라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 SR 쪽 반박임.
  12. 통합 논의는 새것이 아님. 문재인 정부도 검토하다 무산됐고 국토부 자문기구는 2년을 심의하고도 '판단 유보'로 끝냄. 이재명 정부에서 공약이 됐고, 국토부가 2025년 12월 8일 로드맵을 낸 지 나흘 만에 대통령 발언이 나오며 속도가 붙음. "이거 왜 분리해놨는지 대충 아시잖아요 서로. 매각하려고 그랬던 거 아니에요. 매각 못하게 빨리 합쳐 놓으세요." ※ 설립 의도를 매각으로 규정한 이 발언은 정치적 판단임. 초기 주주였던 사학연금·기업은행·산업은행이 모두 공공이라 SR 지분이 민간에 넘어간 적은 없고, 국토부와 SR도 민영화 계획을 부인해 왔음.
  13. 그러면 두 회사가 하나로 녹아붙는 거냐 하면 아님. 흡수합병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삼켜 삼켜진 쪽이 법적으로 사라지는 것"인데, 이번 건은 영업을 사오는 '사업양수도'와 '정부 지분 취득' 두 갈래임. 사업양수도는 "회사를 사는 게 아니라 그 회사가 하던 장사를 통째로 사오는 것"이라 운영권과 차량과 계약과 사람이 넘어감. 지분만 사면 SR이 자회사로 남아 열차가 따로 굴러가니 둘 다 필요함.
  14. 흡수합병을 피한 건 법 때문임. 코레일은 한국철도공사법으로 세운 특수법인이라 법인끼리 합치려면 그 법을 고쳐야 하지만, 사업양수도는 국토부 인가만으로 감. 통합 운행이 시작되는 올해 9월 1일도 열차가 하나 되는 날이지 회사가 하나 되는 날은 아님. 임금체계까지 맞추는 데는 몇 년이 더 걸림.
  15. 둘 다 정부가 지배하는 공기업이라 원래는 서류만 보고 넘어갈 간이심사 대상이었음. 공정위는 국가 기간시설이라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심층심사를 했고, 시장 범위도 서울→부산처럼 구간별로 쪼개 봤음. 부산 갈 사람에게 광주행은 대체품이 못 되기 때문임. 왕복 433개 노선 중 155개에서 같은 골목의 두 가게가 한 주인이 된다고 보면서도 결론은 조건 없는 승인이었음. 운임 상한을 정부가 고시하고 변경도 신고 수리를 거쳐야 해 임의로 못 올린다는 논리임. 대신 두 부처가 협약으로 3년간 이행을 점검하기로 했는데, 결정문에 박은 조건이 아니라 어겼을 때 꺼낼 몽둥이는 없는 셈임.
  16. 9월 1일부터 기존 KTX 노선 운임이 SRT 수준으로 평균 10% 내려감. 다만 코레일이 3년간 유지하겠다고 내놓은 계획이지 결정문에 박힌 의무는 아님. 좌석은 주중 1만5,000석, 주말 1만7,000석 늘지만 물량이 수서축에 몰려 증차율이 수서역만 약 30%고 전국은 6%대임. 서울역에서 타면 요금은 내려가도 자리는 별로 안 늘어남. ※ 서울~부산 KTX 59,800원, 수서~부산 SRT 52,600원. SRT 노선에도 5% 마일리지가 붙는데, 원래 없던 제도라 0에서 5%가 됨.
  17. 여기서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감. 독점이어도 괜찮다면 애초에 왜 쪼갰나는 것임. 2013년에는 경쟁을 붙여야 요금이 내려간다고 했고 2026년에는 경쟁이 없어도 못 올린다고 하는데, 둘 다 정부가 한 말이라 그대로 읽으면 앞뒤가 안 맞음. 그런데 겨누는 지점이 다름. 운임 상한은 "여기까지는 올려도 된다고 미리 그어둔 천장"이지 가격표가 아님. 규제가 막는 건 인상이고, 경쟁이 겨눈 건 천장 아래 인하 여력임.
  18. 그러니 앞뒤가 안 맞는다고까지 할 건 아님. 다만 기록은 얄궂음. 고시 운임은 2011년 이후 15년째 그대로고, 상대가 있던 10년 동안 코레일이 내린 것도 운임이 아니라 마일리지와 할인상품이었음. 고시 운임이 처음 내려가는 건 경쟁이 생겼을 때가 아니라 사라지는 지금임. 인하는 경쟁이 만든 게 아니라 경쟁을 없애는 대가로 나왔고, 그래서 3년짜리임.
  19. 반대 목소리는 SR 노동조합에서 나왔음. 경쟁이 무너지면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분리돼 있어야 파업 때 전면 마비를 막는 안전판이 있다는 것이 요지임. 반면 코레일 쪽 철도노조는 공익서비스 비용이 76%만 보전돼온 점, 국가 소유 선로의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맡는데 운영은 SR이라 사고 때 책임이 갈리는 점을 들어 통합을 요구해 왔음.
  20. 아끼는 돈은 국토부 추산으로 연 최대 406억원임. 이미 차량과 정비를 나눠 쓰고 있었으니 새로 없앨 중복이 별로 없다는 지적과, 액수는 작아도 사라진 비용은 그대로 영업이익이 된다는 반박이 맞섬. 남은 절차는 사업양수도 인가이고 9월 중 마무리됨.

한줄 코멘트. 경쟁을 붙이겠다며 쪼갠 회사를 13년 만에 "규제가 있으니 하나여도 관리된다"는 이유로 도로 붙임. 그 사이 SR은 차량도 정비도 사고 대응도 코레일에 기댔고 배당은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실질은 처음부터 한 회사에 가까웠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음. 이용자 대부분에게는 손해보다 이득이 커 보이지만, 그 이득은 3년짜리이고 3년 뒤를 보장한 사람은 없음. 상대가 10% 싸게 내놓으니 마일리지와 할인상품을 꺼내들게 만들던 압력은 이제 없고, 천장 아래를 지키는 건 규제와 정치의 몫이 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