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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 드 프랑스, 저 레버는 왜 실격되지 않는가? (feat. UCI 브레이크 레버 10도 규정)

대왕날치 2026. 7. 27. 16:24

Dario Belingheri // Getty Images

투르 드 프랑스 중계를 보다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카메라가 선두 그룹을 정면에서 잡는다. 선수들이 후드를 쥐고 몸을 말고 있다. 그런데 브레이크 레버가 안쪽으로 꺾여 있다. 조금이 아니다. 언뜻 봐도 45도쯤 돼 보인다.

왜 저러는지는 안다. 좁게 잡으려고 그런다. 시속 40km를 넘어가면 저항의 대부분은 자전거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고, 그중에서도 팔과 어깨가 만드는 폭이 크다. 후드를 안쪽으로 모으면 손이 가운데로 붙고 팔이 나란해진다. 

문제는 몇 년 전에 UCI가 저걸 막았다고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후드를 안쪽으로 트는 건 이제 안 된다고, 거의 11자로 세워야 한다고.

그런데 중계 화면에는 계속 나온다. 그리고 아무도 실격되지 않는다.

가능한 답은 셋뿐이다.

1. 규정이 슬그머니 완화됐다.
2. 규정은 있는데 단속을 안 한다.
3. 저건 애초에 위반이 아니다.

규정은 그대로였다

해당 조항은 UCI 기술규정 명확화 가이드 Article 1.3.022. 에 있다. 브레이크 레버의 최대 안쪽 기울기 10도. 2026년 1월 1일자 최신본에도 그대로 있다.

집행도 흐지부지되진 않았다. 2024년 1월 투어 다운 언더에서 UCI는 3D 프린팅한 검사용 지그를 들고 다녔고, 첫날에 두 대를 잡아냈다.

앞의 두 가설은 여기서 끝난다. 저건 위반이 아니다. 그런데 왜 위반이 아닌지가 뜻밖이었다. 규정을 어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정에서 말하는 각도가 내가 보던 각도와 아예 다른 각도였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재느냐였다

조항을 뜯어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10도는 브레이크 후드의 중심면드롭 중심면 사이의 각도다.

내가 "꺾였다"고 판단한 기준은 수직선이었다. 자전거 앞쪽에서 보면 레버가 똑바로 서 있지 않고, 후드 쪽이 안으로 들어오고 레버 끝이 바깥으로 빠져 있다. 저게 수직에서 얼마나 기울었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규정에서는 수직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드롭을 기준으로 삼는다.

보통은 이 두 기준은 차이가 없다. 일반 드롭바는 드롭이 수직 방향이라 드롭을 기준으로 하든, 수직선을 기준으로 하든 결과가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드롭이 수직으로 내려오지 않는 핸들바가 있다는 것이다. 플레어 드롭바, 드롭이 바깥으로 벌어진 핸들바다.

플레어 드롭바 - 드롭이 아래로 갈 수록 바깥으로 벌어진다

앞에서 본 모습이다. 회색 점선이 수직선, 내가 기준으로 삼던 그 선이다. 파란 선은 드롭이 향하는 선이고, 규정에서 기준으로 삼는 게 이쪽이다. 드롭이 벌어져 있으니 파란 선은 수직에서 21도 기울어 있다.

레버는 그 파란 선 위에 그대로 얹혀 있다. 드롭을 기준으로 재면 0도다. 그런데 내 눈에는 21도 기울어 보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규정이 10도까지는 허용하니, 그것까지 마저 쓰면 33도가 된다. 이것도 합법이다. 33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일반 드롭바로 똑같이 만들려면 레버를 28도 비틀어야 한다. 한계의 세 배 가까이다.

좌 : 일반드롭바 , 우 : 플레어드롭바

왼쪽은 위반, 오른쪽은 합법이다. 정면에서 보면 기울기가 똑같은데도. 차이는 레버가 아니라 드롭에 있다.

규정이 막으려던 건 자세가 아니었다

선수들이 에어로 때문에 그러고 있으니 규정도 그걸 막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UCI가 든 이유는 제동력이었다. 저렇게 틀어놓으면 브레이크를 제대로 잡기 어렵다는 것. 프로 선수 노조 CPA 회장 아담 한센은 하나를 더 붙였다. 설계에 없던 응력이 걸려 카본 바에서 균열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플레어 바는 우회가 아니다. 레버가 설계된 방향으로 붙으니 제동력도 응력도 문제가 없다. 자세는 남았지만 규정이 막으려던 건 사라졌다.

그래도 UCI는 자를 꺼냈다

남은 그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규정이 나온 뒤 업계는 곧장 플레어 바로 갔다. 상단은 극단적으로 좁고 드롭만 벌어진 로드용 바가 줄줄이 나왔다. 그런데 이 플레어 바라는 게 규정 때문에 새로 나온 물건이 아니다.

맨 위가 1980년대 초의 더트 드롭이다. 거친 노면에서 드롭을 잡았을 때 흔들리지 않으려고 벌린 것이었다. 가운데는 2010년대 중반 그래블 붐 때의 바, 맨 아래가 지금의 로드 에어로 바.

셋의 형태가 거의 같다. 다른 건 폭이다. 위의 둘은 후드 폭이 42cm쯤인데 맨 아래만 31cm다. 40년 전 오프로드용으로 나온 형태에 좁은 상단을 붙였더니 에어로 장비가 됐다.

그래서 2026년 1월 1일부터 새 항목이 붙었다.

핸들바 전체폭 최소 400mm, 후드 안쪽 간격 최소 280mm, 한쪽 플레어 최대 65mm. 각도 10도는 그대로 두고 폭으로 막았다.

각도는 기준선을 돌려버리면 그만이지만, 폭은 자로 재면 끝난다.


규정이 바뀐 적은 없었다. 내가 다른 각도를 보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