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글을 더 친절하게 쓰지 않은 것이 잘못인가?

대왕날치 2026. 6. 28. 11:28

https://www.threads.com/@dwnc.life/post/DaE6CHsGdF_?xmt=AQG0wFEiXbnjQyvBW1Yw734kXHhM4t3i16u641pRNAApbA

 

Threads의 대왕날치(@dwnc.life)님

 

www.threads.com

 

위의 Threads 글은, 사다리꼴 넓이 공식에 대해 올린 짧은 질문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프레이밍을 씌우는 지 정리한 글이다.

 

원래 궁금했던 것은 단순했다.
아이가 선생님에게 "왜 그런 공식이 되는지" 물었을 때 "약속이니까 외우라"는 식의 답을 들었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이 이상해서 요즘은 이 부분을 어떻게 배우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댓글은 이 질문을 다르게 해석했다.

"부모가 아이 말만 믿는다."
"학교에서 안 가르쳤다고 의심한다."
"선생님 탓을 한다."

이런 식이었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원글을 더 친절하게 썼어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더 친절하게 쓸 수는 있었다.
하지만 더 친절하게 쓰지 않은 것이 잘못은 아니다.

이 둘은 다르다.

 

원글은 아주 짧은 SNS 글이었다.

내가 글을 올린 곳은 Threads였고, 그곳에서는 한국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짧고 압축된 반말체가 흔하다.

"학교에서 안 가르쳐줌?" 같은 표현은 그 공간의 말투 안에서는 특별히 이상한 표현이 아니다.

 

물론 더 방어적으로 쓸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애가 기억 못 하는 걸 수도 있는데, 선생님이 약속이라고 답했다는 말이 좀 의아해서 물어봄.

이렇게 썼다면 일부 오해는 줄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략의 문제이지 책임의 문제는 아니다.

 

상대가 멋대로 읽고 프레임을 씌울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작성자는 더 길고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독자의 부당한 해석과 공격이 작성자의 책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을 더 단단히 잠그면 도둑맞을 확률은 줄어든다. 하지만 문을 덜 단단히 잠갔다고 해서 도둑질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글도 마찬가지다.

더 친절한 글은 오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덜 친절한 글이 곧 잘못된 글은 아니다.

 

특히 이번 경우 핵심은 글이 어렵거나 모호했다는 데 있지 않다.

글 전체를 보면 의심의 근거는 명확하다.

내가 의심한 것은 "아이가 공식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선생님이 약속이라고 답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은 채 "아이 말만 믿고 선생님 탓한다"고 몰아가는 것은, 프레임 씌우기다.

 

"교과서에 나옵니다."
"5학년 때 배웁니다."
"아이들이 기억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그런 댓글들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담임 탓하고 싶어 하는 것 아니냐", "책도 안 찾아보고 왜 묻느냐"는 식의 반응은 다르다.

그것은 상대가 실제로 하지 않은 추론을 전제로 훈계하는 것이다.
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와도 유사하다.

그런 훈계를 하려면 최소한 자신이 공격하는 대상이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글은 언제든 더 친절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글이 가능한 모든 오해를 미리 차단하는 방식으로 쓰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기준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결국 작성자는 매번 말도 안 되는 오독까지 예상하며 방어문을 덧붙여야 한다.

그러면 글은 길어지고, 대화는 무거워지고, 핵심은 흐려진다.

 

반대로 글을 읽는 사람은 최소한의 맥락은 보아야 한다.
특히 누군가를 훈계하려면 더 그렇다.

맥락을 못 읽을 수는 있다. 착각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제대로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상대를 공격하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오해가 아니다.

 

결국 문제는 글을 더 친절하게 쓰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글 전체의 맥락보다 자기 머릿속에 이미 있던 갈등 프레임을 먼저 적용하고, 그 프레임 위에서 상대를 훈계하는 태도에 있다.